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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정보) 알코올사용장애 본문
“술도 음식인데… 누가 먹지 말라고 했나?
제발 좀 적당히 마시라고!”
이런 잔소리를 가족들로부터 들어보거나 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아니면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걸 들어보거나 말이죠.
매년 전 세계적으로 300만 명 이상이 음주로 사망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매일 13명이 음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술은 범죄로도 이어져서 자신은 물론 타인의 행복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게도 합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사망의 50%가 음주운전이었고,
타살의 40%, 자살의 25%가 알코올중독과 관련이 있으며
살인, 강간, 폭력 등의
강력 범죄들 중 30-40%는 음주 상태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술은 음식이지만 독(毒)이기도 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6년부터 알코올을 담배 속의 성분인
비소, 카드뮴과 같은 1군 발암 물질로 지정하였습니다.
알코올이 각종 암을 유발하며 뇌 세포를 파괴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술이 세다”거나 “술을 엄청 잘 먹는다”라는
식의 이야기는 자랑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 몸에 암을 유발하고 세포를 파괴하는 알코올이 들어왔을 때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도록 얼굴이 금방 빨개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토할 것 같은 방어체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유전자가 건강한 유전자인 것입니다.
알코올이라는 다량의 독소가 몸 안에 들어오고 있는데
끝도 없이 기분 좋아지고 술을 밀어내는
방어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 ‘멍청한’ 유전자 일 수 있습니다.
술이 안 받는 체질이시라구요?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받으신 겁니다.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문제는 사람에 따라서는 이 술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스스로에게 해를 입히게 되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병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세상에는 단 음식을 얼마든지 먹어도 상관이 없는 정상인과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 안 되는 당뇨병 환자로 나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정상인의 경우 혈당에 대한 ‘조절능력’이 살아있기 때문에 초콜릿 한통을 다 먹는다고 해도 혈당이 계속 오르다가 120 부근에서 멈추고 더 이상 오르지 않습니다만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단 음식을 먹으면 혈당에 대한 ‘조절능력’의 상실로 인해서 혈당이 300, 400, 500 이렇듯 계속 올라가서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나중에 콩팥이 망가지고 눈이 멀게 되는 등 끔찍한 합병증을 겪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알코올 중독 환자는 술에 대해서 일반인과는
다른 특징들을 보이게 됩니다.
일상생활을 해 나가다 보면 축하할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술 한 잔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가 있지요.
그렇게 해서 술자리가 시작되면 일반인들은 대개 1,2차 정도를 진행하며
술을 마시고 나면 어느 정도 술이 몸에 들어왔기에
피곤하기만 하고 더 이상 술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서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인 분들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몸에 술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갈망)이 지속되어 “딱 한잔만 더!”를 외치며 3차, 4차, 5차를
이어가게되는 것이지요.
정리하자면 알코올 중독의 경우 음주 충동이 가라앉지 않고
일단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오히려 더 강하게 지속되어서
잔을 들 힘이 없을 때까지 먹게 된다는 것입니다.
“술이 술을 먹더라’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거죠.
또 한 가지 일반인과의 차이는 몸에서 소위 브레이크를 못 걸어 준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신입생 환영회나 신입사원 환영회와 같은 술을 처음 접하게 되는
사회적 상황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 술이란 것을 먹게 되었을 때 어땠나요?
대부분의 경우 처음 술을 접했을 때는 소주 몇 잔 마시기도 너무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을 겁니다.
선후배들, 직장 상사들과 술자리로 인해서 오래 버티고 있어야 하는
사회적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술이 조금 들어가기 시작하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어질어질하고, 미식거리고 토할 것 같다가
결국엔 꾸벅꾸벅 졸다가 심한 경우에는 동료들에게 업혀서 집에 들어간 적도 있을 겁니다.
이런 반응은 어느 정도 술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더 이상 술을 먹을 수 없도록
만들어주는 우리 몸 안의 방어 체계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다량의 알코올이 우리 몸에 들어오지 못하게 억지로라도 막아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알코올 중독이라는 병에 걸리게 되면 이런 방어 체계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3박4일이건 한 달이건 계속 술을 마실 수 있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알코올 중독자의 뇌와 몸은 일반인과 달라서
한번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지 못하고 계속 술을 먹고 싶게 만들며,
몸에서도 술을 못 먹게 만드는 반응들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몸과 생활을 망가뜨리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대체 얼마나 술을 마셔야 알코올 중독이 되는 걸까?
단순히 술을 많이 마신다고 알코올 중독이라고 진단 내리지는 않습니다.
하루에 소주를 3병 이상 마시면 알코올 중독일까요? 일주일에 5일 이상 술을 마시면 알코올 중독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루에 소주를 대여섯 병을 마신다고 해도 알코올 중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하루에 소주를 한두 병만 먹는다고 해도 알코올 중독 일수도 있습니다.
즉 하루에 몇 병을 마시고, 일주일에 며칠을 마시고 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어떤 분들은 “난 술을 마실 땐 많이 마시지만 안 마실 때는 두, 세 달 동안도
술을 전혀 안 마실 때가 있어,
그런데 내가 알코올 중독이라고?”라며 1년 365일 매일 마시는 사람이 알코올 중독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중간에 몇 달씩 술을 안 마시는 기간이 있다고 해서 알코올 중독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전형적인 알코올 중독은 ‘폭음형’ 알코올 중독으로 술을 안 마실 때는 거의 안 마시지만
일단 술을 입에 댔다 하면 몇 날 며칠을 계속 술을 마시는 양상을 보입니다.
결국 얼마나 많이 마시고, 얼마나 자주 마시고 하는 문제가 아닌 술로 인해서
자신의 건강이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계속 술을 먹고 있거나 술로 인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하는 시점, 즉 ‘기능’이 무너지는 시점을 중독으로 봅니다.
직장인이라면 술로 인해 업무의 차질을 빚거나
그로 인해서 승진에서 탈락하고 직장을 잃거나 하게 된다면,
주부라면 가정을 돌보는 일상적인 활동에 지장이 초래되기 시작할 무렵,
학생이라면 술로 인해 학교를 못 나가고 성적이 떨어지고 시험에 떨어지는 등
자신의 사회적, 직업적 기능들이 망가지기 시작해서
생활이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면 단순한 술 문제가 아닌
알코올 중독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술을 조절해서 마실 수 없는 이유가 뇌 때문이라고?
이렇듯 자신의 삶이 무너져 내리도록 술에 대한 지속적인 갈망을 만들어내고
계속 술을 먹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의지나 결심이 부족해서가 아닌
알코올 중독이란 것이 뇌의 신경계통에 생긴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뇌 안에서도 보상계(reward system)라고 하는 뇌의 특정부위에
문제가 생김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보상계(reward system)의 위치>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위가 바로 알코올 중독이라는 병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곳은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쾌감, 안정감, 다행감과 같은 모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해주는
도파민, 엔도르핀과 같은 뇌 신경전달물질들이 분비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쾌락 중추’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알코올은 이 부위를 자극함으로써 다량의 도파민, 엔도르핀과 같은 물질을 분비하게 만들며
지속적으로 쾌감을 주는 이러한 물질들을 지속적으로 원하는 상태(갈망)를 만들게 됩니다.
또한 알코올 섭취를 줄이거나 중단하게 되면 보상계를 통해 분비되던 도파민, 엔도르핀이
중단되게 되며 이로 인해 손이 떨리거나 미식거리고,
식은땀이 나고 잠이 안 오는 등의 금단증상을 만들어 냄으로 인해
다시 또 술을 먹게 만드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합니다.
알코올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뇌 영상을 찍어보면 보다 명확한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알코올 중독 환자를 MRI와 같은 뇌 영상 기구에 집어넣고 알코올 중독 환자의 눈앞에 술 사진을 보여줬을 때 환자의 뇌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찍은 사진입니다.
<출처: Differential Brain Activity in Alcoholics and Social Drinkers to Alcohol Cues: Relationship to Craving
Hugh Myrick, Raymond F Anton, Xingbao Li, Scott Henderson, David Drobes, Konstantin Voronin & Mark S George
Neuropsychopharmacology volume 29, pages393–402(2004)>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술 사진을 보여주고 찍었을 때 일반인의 뇌는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알코올 중독자의 뇌는 술을 마시고 싶게 만드는 부위가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환자분께 물어봅니다. “지금 술 사진을 보면서 술 먹고 싶은 갈망이 올라온 거죠?
술 먹고 싶게 만드는 부위가 빨갛게 달아올랐거든요.”
물론 술 사진을 보면서 술 생각이 났다고 대답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내가 아무리 술꾼이라고 해도 술 사진만 보고도 술 생각이 났겠냐,
난 술 사진을 보고도 별 느낌이 없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술 사진을 보고 술 생각이 났건,
나지 않았건 알코올 중독자는 술 사진,
즉 술과 관련된 시각적 자극이 들어왔을 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술을 강박적으로 먹게
만드는 부위가 자극을 받아서 달아올랐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알코올 중독이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질환’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내 의지만으로 위의 사진처럼 뇌가 달아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알코올 중독 치료의 첫 단계는 자신이 ‘술을 조절해서 마실 수 없는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알코올과 관련된 모든 자극으로부터 도망 다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TV에서 술 광고가 나올 경우
곧바로 채널을 돌리라고 가르칩니다.
나는 아무 느낌 없이 그 광고를 보고 있을지 모르지만 내 뇌는 달아오르기 때문입니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술집이 가득한 골목을 지나가야 한다면
술집이 없는 골목으로 돌아서 들어가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나는 술집 골목을 지나가면서 “아, 술 냄새도 싫어, 내가 술 마시면 사람도 아니다” 이런 마음으로 걸어갈지 모르지만
술 먹는 장면, 안주 냄새, 분위기 등 술과 관련한 자극들이 쏟아져서
나의 뇌를 흥분시키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술과 관련한 자극들로 인한 뇌의 흥분은 차곡차곡 쌓이게 되며
마치 컵에 물을 조금씩 붓다 보면 언젠가는 넘치는 순간이 오듯이
술과 관련한 자극들이 쌓여가게 되면 어느 순간 사소한 자극, 스트레스에도
훅 갈망이 올라와서 술을 마시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재발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중독이라는 병이 명백한 뇌 안에 있는 보상계(쾌락 중추)에 생긴 문제라는 증거들은
이 병의 치료가 단순한 의지나 결심만으로는 치료해 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우리가 맹장염에 걸렸을 때 단순히 의지와 결심만으로 병을 낫게 할 수 없고
일련의 정해진 치료 원칙에 따라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알코올 중독 또한 뇌의 신경계통에 생긴 장애이기에 전문가들과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치료받고 회복을 위한 원칙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의 시작은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절대로 조절해서 술을 마실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알코올 중독은 오랜 세월 지속이 되기도 하며,
잦은 재발로 우리의 삶을 망가트리는 병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치료될 수 있는 병’입니다.
알코올 중독을 가지고 있다 해도 지속적인 외래 치료와 자조 모임 참석,
가족들의 도움, 종교 및 취미 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해 나감으로써 회복에 이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주를 유지해 나가기 위한
일상생활의 원칙들을 얼마나 성실히 수행해 나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지나 결심만으로
혼자만의 힘으로 버텨 나가기보다는
전문가들과 가족들의 도움 속에서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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