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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커피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불안은 우리 가까이~. 본문
바야흐로 불안의 시대이다.
안정, 편안함 보다는 예민하고, 불안하고, 지쳐있는 상태가 익숙할 정도다.
코로나19 이후로는 활동 범위가 줄고 사회경제적 정체기까지 오면서
당장의 팍팍한 현실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더욱 늘고 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데 일은 끝이 나지 않아요.
저는 한계에 다다랐다 싶은데 회사에서는 더 많은걸 요구하니
집에서 편히 쉬지도 못하고 잠도 깊이 못 자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이 막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러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많이 친숙해진 질병인 공황장애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흔히 호소하는 이야기이다.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게 심한 불안과 두려움이 발생하며
두근거림이나 가슴통증, 호흡곤란, 어지러움, 손발 저림, 열감이나 식은땀 등의
신체 증상이 동반될 때 진단할 수 있는데,
공황발작이 있을 시에는 시험이나 발표가 임박했을 때
느끼는 일반적인 불안이나 긴장반응과 확연히 구분되는
정말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공황발작은 심장질환과 같은 질병과는 달리 증상이 있다고 해서
신체적 손상이나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심각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일을 끝내지 못하고 호흡곤란으로 쉬어야 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탓하며 숨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남들도 다 이러면서 사는 걸 꺼야,
이 것도 못 참으면 안돼’ 라며 혼자 견디다가
증상 때문에 일이나 생활에서 막심한 해가 나타나서야 진료실을 찾아온다.
정말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기에 쓸데없이 사람을 괴롭히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드는 ‘불안’은 왜 생기는 것일까?
우리가 ‘불안’을 느낀다는 것은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을 통해 주변의 위험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는
경계태세를 갖추고,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이 세차게 뛰면서
근육에 힘이 들어가 즉각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불안은 나를 해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빠르게 도망치거나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하는 생존기제인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불안이라고는 없이 마냥 긍정적으로만 살았다면
맹수의 공격이나 자연재해, 가난, 전쟁, 질병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현재의 우리는 과거처럼 적의 공격에 떨거나
식량부족을 걱정하는 일은 없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한 무한경쟁에 내몰린 현대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공황 발작을 경험하고
나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반문하는 환자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조언드린다.
“당신의 몸과 마음이 당신을 살리기 위해 구조 요청을 보내고 있네요.
지금까지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너무 늦지 않게 잘 오셨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치료를 기점으로 해서 생활방식이나 삶의 가치관이 달라진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좋은 음식과 약을 챙겨먹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에 신경 쓰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그 일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자신을 우선 시 할 수 있게 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처럼 불안이 마냥 우리에게 불필요하고 나쁜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만약 공황발작 이라는 경고신호가 없었다면,
스트레스를 참기만 하다가 회복할 수 있는 기회도 없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과거의 그 어떤 때 보다 빠르게 변화하며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자연히 새로운 스트레스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순간이라 하더라도 우리 몸의 방어체계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작동할 것이다.
내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반응들을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없애려고 하지 말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적절한 대처방법과 더 나은 방향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가보면 어떨까?
이다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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